[영화 리뷰] 나랏말싸미 후기 / 쿠키 X

2019. 7. 28. 17:22영화/리뷰

안녕하세요. 윤하이입니다.

7월 24일에 개봉한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평소에 사극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욕을 할까 싶어서 보고 왔습니다. 분명 역사왜곡 논란이 생길만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만 유독 욕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줄거리


영화의 주제는 모두가 알만한, 유명하고 쉬운 주제입니다. 위대한 세종대왕이 글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편찬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집현전의 학자들이 세종대왕이 한글을 편찬하는 것을 도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글 편찬 과정에 대한 다른 가설을 제시합니다. "'신미 대사'라는 인물이 한글을 제작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했고, 집현전의 학자를 비롯한 유학자들은 한글 편찬의 걸림돌이었다."는 내용입니다. 이 가설에 살을 붙여서 만들어낸 이야기가 영화 《나랏말싸미》입니다.

후기


역사왜곡을 제쳐두고 보면 영화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송강호, 박해일, 故전미선. 실력파 배우 3명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니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대단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연기한 인물들도 개성이 뚜렷하여 모두 매력적이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송강호를 대체할 배우가 쉽게 나타나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정적인 감정은 물론이고 마지못해 참는 감정, 허망한 감정 등 표현하기 어렵고 미묘한 감정들을 표정과 몸짓으로 나타내는 것을 보니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영상미적인 면에서도 좋았습니다. 영상의 구도가 안정적이어서 그런지,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 있었습니다. '신미 대사'가 방에 들어앉아 한글의 제작과정과 사용법을 하얀 종이에 적어 널어놓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조선시대 선비가 된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궁궐을 배경으로 한 영화답지 않게 화려하지 않았고, 영화 전반에 우중충한 분위기가 묻어났습니다. 아마 힘든 길을 걸어가는 '세종대왕'과 '신미 대사'의 상황을 표현하려고 그랬지 않았나 싶어 마음에 듭니다.

이장면을 말한 건 아닙니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개그 요소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가 지나치게 진지해지지 않게,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궁녀들과 승려들이 잘 해주었습니다. 더욱이 우리말의 특성을 이용한 말장난들이 많아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관객들을 주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분들과 같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가지 입장으로 의견을 굳히지는 못하겠습니다.

 

우선 이 영화가 역사왜곡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을 폄하했다는 입장에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 영화의 내용이 역사에 대한 하나의 가설이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역사왜곡 문제가 해결되느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어린 아이를 비롯하여 영화의 내용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앞서 나온 역사 영화를 통해 그 영향력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내용이 단지 하나의 가설이 불과하다는 설명을 충분히 해줬어야 하는데, 영화 시작부분에 잠깐 등장하는 한 문장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영화 《광해》도 역사를 많이 왜곡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서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광해》의 역사왜곡은 지적하지 않고, 1200만명이나 그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칭찬했습니다. 우리들에게 세종대왕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성역화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영화 《광해》가 아예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삼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해서 그런 것일까요? 두 영화의 차이가 무엇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총평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역사왜곡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역사 영화가 역사적 '사실'만을 담아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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